[작은소리] 그들이 우리를 축복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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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소리] 그들이 우리를 축복할 때까지
  • 이형모 발행인
  • 승인 2015.10.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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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모 발행인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1960년 4월에 서울에서 4.19의거가 일어났다. 정국이 오리무중이 되고 사회가 혼란한 가운데 임시 방학이 되었다. 대여섯 명 친구들과 함께 한강 뚝섬유원지로 가서 보트놀이를 했다. 노를 힘차게 저으면 보트는 등 뒤쪽으로 삐뚤 빼뚤 나아갔다. 보트가 차츰 똑바로 가게 되자 재미있었다. 요령은 두 가지, 첫째는 양쪽 팔에 균형 있게 힘을 주는 것이고, 둘째는 시선을 멀리 줘서 강 건너 미류나무를 기준 점으로 잡고 똑바로 가는 것이다. 기준 점이 멀어야 방향을 일관성 있게 수정하고 똑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시대는 언제 개막하나?

  여러해 전에 많은 미래학자들은 말했다.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시대는 끝나고, 다음은 동아시아 시대로서 새 시대를 여는 배가 이미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동아시아란 아세안 여러 나라와 한중일 3국의 동북아를 합한 지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영토, 그리고 큰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동아시아시대를 기다리는 까닭은 그것이 세계평화와 번영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동아시아시대는 아직 개막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와 영향력은 아세안 각국들의 총규모를 능가한다. 그래서 한중일 3국의 참여는 동아시아시대 개막의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동북아 협력이 어렵다. 왜 그런가?

  경제규모로 어제까지 세계 2위는 일본이고, 오늘은 중국이다. 최근의 중국경제의 약진은 눈부시다.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이후 몰락했던 중국경제가 등소평의 시장개혁 이후 약진을 거듭해서, 중국은 경제발전을 토대로 군사, 외교 강국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어주고, TPP를 추진해서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의 대 중국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한편 한국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과 긴밀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본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군사, 외교는 ‘한미일 협력’이 불가피하고,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벗어나기 어렵다. 앞이 보이지 않고 발이 꼬인다.

-동북아 협력의 해법

  이해가 상충하는 미국,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길이 없다고? 그럴 리가 없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반도 통일’이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협력의 해법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자신의 입장을 확고하고 뚜렷하게 정립해야한다. 입장과 주장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면 무시당한다.

  남북분단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야말로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첫째, 우리들 중에 종속적인 노예국가에서 배부른 돼지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남북 어디에도 없다. 둘째, 주변 4강을 포함해서 어느 나라가 ‘한반도 통일’을 내놓고 반대하겠는가? 그들의 정책 결정은 당사자인 남북한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남북한의 통일의지이다. 온갖 국제적 수모를 감내하고 이대로 살다가 죽겠다면 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통일로 가는 길은 무수히 많고 또한 가능할 것이다.

-통일은 누가 주도하나?

  그러면 통일은 누가 주도해야 하나? 남북의 경제력 격차 때문에 부득이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통일의지가 확고한 정치 지도자들과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문화 등 각계의 ‘정직하고 진실한 인재’들이 함께 헌신해서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내야 한다. 북한의 기득권 집단과 대다수 국민들을 함께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내 정치는 암울하다. 비본질적이고 속 보이는 정쟁으로 여야는 세월을 낭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누적되는 청년실업이나 2018년의 ‘인구절벽’은 국가 미래의 치명적 장애요소이다.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주변 4강과 북한에 대하여 한국정부는 확고한 의견을 주장하거나 주도적 관계를 설정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임기응변이나 기회주의적으로 대응할수록 자주국가로서의 발언권과 외교력은 축소되고 이윽고 속절없이 끌려 다니게 될 것이 우려된다.

-분단국가의 껍질 벗기

  왜 우리만 이토록 어려운가? 우리는 아직 그럭저럭 살아도 망하지 않는 ‘보통국가’가 아니다. 북한의 존재 때문에 국내적으로는 치유불능의 이념싸움을 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전쟁위험으로 국가신용 저평가를 피할 수 없는 ‘분단국가’이다.

  최선의 해결책은 ‘남북전쟁’을 하지 않고 고통과 비용이 크더라도 감내하고 통일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애벌레가 고치를 만드는 수고를 감내하고 이윽고 고치를 찢고 나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보다 ‘통일 한국’이 좋은 나라로 환골탈태할 것이 훨씬 확실하다.

  이제는 더 이상 우왕좌왕 하지 말고 ‘멀리 강 건너 미류나무’에 시선을 주자. 우리들 한민족의 원대한 미래를 위하여 ‘통일의 방향과 목표’를 확고히 정하고 밀고 나가자. 주변 4강과 세계가 공감하고 우리의 통일을 축복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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