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양염쥐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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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양염쥐는 예외!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7.01.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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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늘 사이시옷이 문제다. 사이소리가 맞는가, 사잇소리가 맞는가? 사이시옷이 맞는가, 사잇시옷이 맞는가? 항상 혼동이 된다. 맞춤법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사이시옷을 쓰는 문제가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뒷소리가 명확히 된소리로 발음되면 사이시옷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 ‘명확히’라는 말이 어렵다. 사람마다 발음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은 아마 ‘암, 수’라고 할 때 ‘수’와 ‘숫’을 구별하는 문제일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수’를 쓴다고 기억하는 게 좋다. 발음을 생각하다보면 헷갈리고 고통스럽다. 예를 들어 ‘수놈과 숫놈’, ‘수소와 숫소’는 발음으로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음을 해 보면 [순놈], [숟쏘]로 발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맞춤법을 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암수의 수는 무조건 수라고 외워야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수놈과 수소가 정답이다.

다른 예들로는 수컷, 수탉, 수캐, 수퇘지, 수평아리가 있다. 이 예들은 [ㅎ]음이 첨가되는데 뒤의 발음에 영향을 준 경우다. 것, 닭, 개, 돼지, 병아리가 발음이 바뀐 예이다. 이것은 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컷, 암탉, 암캐, 암퇘지, 암평아리로 바뀐다. 물론 뒤의 동물이 거센소리가 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수만 쓰이고, 뒤는 바뀌지 않는다. 수사슴이나 수노루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암과 수는 원래의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수로 맞춤법을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직 한국어에 ‘숫’이 있다. 아예 안 가르쳐주면 혼동이 없을 듯도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생길 실수를 대비하기 위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법칙으로도, 원리로도 설명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차라리 외우는 편이 낫다. 그리고 외울 때는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재밌는 예를 만드는 게 좋다. 

우리말에서 숫이 쓰이는 예는 달랑 세 개다. 이 세 개 때문에 예외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아마도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숫이 쓰이는 예는 없어지지 않을까 한다. 세 개의 예에 해당하는 동물은 바로 양과 염소와 쥐다. 숫이 쓰이는 이유를 발음에서 찾는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앞에서 설명한 수소나 수놈도 발음에서는 사잇소리가 나기도 한다. 

우리는 숫양, 숫염소, 숫쥐를 언제 사용할까? 여러분은 평생 사용해 본 적은 있는가? 일반적으로 목축업을 하지 않는다면 숫양, 숫염소라는 말을 사용할 일이 없지 않을까 한다. 가끔 성경을 보면 숫양과 숫염소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숫쥐라는 표현은 언제 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혹시 실험실에서는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세 단어는 자주 쓸 만한 어휘는 아니니 기억해 둘 필요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로 존재하는 이상 간단히 기억하는 방법을 만드는 게 좋겠다. 어쩔 수 없이 기억해야 한다면 세 어휘를 묶어서 ‘양염쥐’로 기억하면 어떨까? 맞춤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종종 사용하기도 하는 방법인데 기억에 오래 지속된다. 우리는 보통 치킨을 시킬 때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을 주문한다. 양념 치킨이라고 하면 한국식 치킨 요리를 떠올리는 외국인도 많다. 한국 음식에는 양념이 중요하다. 양념 치킨은 맛도 참 좋다. 좀 끔찍하기는 하지만 ‘양념 쥐’를 생각해 보라. 이렇게 ‘양염쥐’로 기억하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양염쥐는 예외다. 숫양, 숫염소, 숫쥐는 수로 쓰지 않고, 숫으로 써야 하는 세 개의 예외다. 나머지는 모두 수로 쓴다. 이제 수와 숫의 구별이 명쾌해 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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