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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실수(失手)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7.04.27  09: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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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실수를 한다. 어떤 실수는 금방 만회하기도 하고 어떤 실수는 평생 고치지 못해서 후회로 남는다. 어떤 경우에는 내 실수가 남에게 즐거움을 주고, 어떤 경우에는 내 실수가 그저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실수라는 단어의 한자를 보면 재미있다. 실수(失手)는 손을 놓치는 것이다. 손에서 놓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부러 놓는 경우야 실수라 할 게 없겠지만 엉겁결에 손에서 미끄러지거나 딴 생각을 하다가 손에서 떨어뜨리면 실수가 된다. 실수는 이렇게 당황스러운 것이다.

실수로 무엇을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깨지는 물건이 아니거나 비싼 물건이 아니라면 크게 놀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척 아끼는 물건이거나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면 놀라고 상심하게 된다. 마음에 담아둔 물건이 손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허망함 자체이다. 어떤 경우에는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생하기에 더 허무하다. 실수가 물건에 대한 거라면 그래도 위로가 된다. 그러나 많은 실수는 사실 사람을 놓치는 데서 일어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쳐서 영영 다시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깜빡 사랑을 잊어서 한눈을 팔다가 손을 놓친다.

어릴 적 복잡한 사람 속에서 엄마 손을 놓쳐 본 경험을 해 본 사람은 가슴 철렁한 감정을 이해한다. 눈앞이 깜깜하다는 말도 이해한다. 그럴 때는 눈물도 안 난다. 정신이 없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엄마를 찾으러 뛰어다니다가(이 때는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게 제일 현명하다) 겨우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기쁨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눈물이 터져 나온다. 엄마는 “앞으로 손 꼭 잡고 다녀!!”하면서 나무라지만 엄마 역시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된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아이의 손을 놓쳐 보고서야 그 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람을 놓치는 것이, 사랑을 놓치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깨닫는다.

예전에는 어린이날에 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미아보호소나 경찰서에서 눈물의 상봉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방송도 자주 들을 수 있었고,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방송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은 다시 찾게 되지만 종종은 영영 이별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황당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손을 놓치는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한이 된 것이다. 실수는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을 잃어버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이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실수가 발생한다. 당연히 내 손을 꼭 잡고 있을 거라 믿다가 실수를 하게 된다. 사람을 놓치는 일이 종종 사랑을 잃는 일과도 연결이 된다. 내 마음이 딴 곳을 향하고 있으면 사람을 놓치게 된다. 늘 나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도 사랑도 나의 관심이 멀어지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손을 놓치는 것은 뜻 밖에 일어나 오랜 괴로움으로 남게 된다.

실수란 그런 거다. 손을 놓쳐서 놀라고 아픈 거다. 내 실수가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내 실수가 아끼는 물건을 잃은 것이라면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내 실수가 돌이킬 수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 실수가 사람을 영원히 잃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실수라는 단어를 보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무엇을 손에서 놓쳤는지 생각해 본다. 아픈 순간들이 쓰리게 스쳐간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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