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며
상태바
[기고]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며
  • 김승력 동북아평화연대 이사
  • 승인 2017.09.22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4세대 고려인 청소년들 뒤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는 임 이고리 고려인대회 고려인 준비위원장, 노 알렉산드르 고려인네트워크 준비위원장, 최 세르게이 천안지역 고려인네트워크 대표

지난 9월 17일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행사가 안산에서 열렸다. 9일 광주시 기념행사와 16일 서울 추모제의 뒤를 이어 80주년 기념행사의 막을 내리는 행사였다.

‘고려 아리랑’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행사의 주빈(主賓)은 국내 고려인들이었다. 이들을 위로하고 행사를 빛내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작곡가 '한 야콥' 선생은 카자흐앙상블을 이끌고 5000km 먼 길을 달려와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다.

안산의 아픔과 문제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4.16합창단’과 다문화 청소년으로 이루어진 ‘송포맘’, 경기민예총 사물놀이 팀 등 시민과 예술인들도 함께 협연을 이어나갔다. 출연진들이 모두 함께 '한 야콥'의 지휘에 맞춰 아리랑을 합창하던 대단원의 마지막과 대동놀이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정치인들도 달려왔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많은 유력인사들이 저마다 고려인 동포사회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약속을 하고, 결의를 다지고, 축하를 해줬다. 그렇게 행사는 끝났다. 떠들썩했던 17일의 화랑유원지 야외공연장에는 낙엽들만 바람에 쓸려다닐 뿐, 공연단도, 시민들도, 정치인들도 모두 집으로 가고 가을 같은 텅 빈 무대만 남았다.

올 초 동북아평화연대의 제안으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를 만들 때 서울 광주 안산의 관련 실무자들이 재외동포재단 회의실에 모였었다.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각자의 역량과 상황에 맞춰 지역마다 행사를 치르자 하였다. 힘을 모아 하나의 단합된 기념행사로 뜻 깊게 만들어보자는 애초 바람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지 못했지만 한 가지 서로 꼭 지키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

‘모국에서 아직도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들에게 축제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텅 빈 무대만 남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고려인 동포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모든 행사는 고려인 특별법을 개정하는데 방점을 찍고 홍보하는데 집중하자’는 약속이었다.

각자 자신의 몫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사고 없이 기념행사를 잘 마무리지었지만 9월 기념식장에서 고려인 특별법 개정의 큰 선물을 주자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아쉽게도 아직 고려인 특별법은 바뀌지 않고 있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는 끝났지만 진짜 진짜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