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청중을 사로잡은 바리톤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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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청중을 사로잡은 바리톤 김태현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8.01.15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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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슈트라우스 ‘그림자 없는 여인’ 염색공 역으로 주요 언론 격찬 받아

▲ 바리톤 김태현을 오스트리아 린츠 클로스터호프에서 만나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첫 공연에서 잊지 못할 무대를 선보여,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주요 언론들의 격찬을 받은 한국인 오페라가수가 있다.

바리톤 김태현은 지난해 9월 30일 린츠 주립극장에서 펼쳐져 2017-18 오스트리아 오페라시즌의 시작을 알린 ‘그림자 없는 여인’(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에서 남자 주연 염색공 ‘바락’역을 맡아 열연했다.
 
▲ 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의 염색공으로 주연하고 있는 김태현과 극중 그의 아내 소프라노 미나-리사 배레레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이 공연에 대해 디 프레세와 데어 슈탄다트 등 오스트리아 중앙지와 지방지 오버 외스트라잇히나하릿히텐 그리고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쿠리어, 크로넨 차이퉁 등 매체들이 대서특필하며 그의 강렬한 첫 무대를 다시 한 번 짚었다.

물론 이 공연이 특별히 관심을 모았던 데는 헤르만 슈나이더 린츠 주립극장장과 지휘자 마루쿠스 포스너가 함께 만든 첫 공연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언론들의 동시다발적인 뜨거운 관심은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 1월 15일 린츠주립극장 오페라 리골레토에 주인공 리골레토로 게스트 출연한 바리톤 김태현의 무대인사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1월 15일 린츠주립극장 오페라 리골레토에 주인공 리골레토로 게스트 출연한 바리톤 김태현이 스리랑카인 지휘자(왼쪽), 동료배우 김철현씨(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이후 4개월이 흐르는 동안 ‘리골레토’에서 주인공 리골레토 역의 게스트 출연,  ‘유진 오네긴’의 주연을 맡아 쉴 새 없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그를 만나, 숨 가쁘게 달려온 오스트리아 데뷔 후 지금까지를 함께 얘기했다. 

첫 질문으로 ‘그림자 없는 여인’에서 맡은 바락 역할에 대한 생각에 대해 물었다.

“바락은 제 개인적으로 참 본받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족하며 늘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제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아내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져도, 불구자 동생들이 늘 말썽을 부려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작 ‘그림자 없는 여인’은 3시간 반 가량의 긴 오페라다. 혼령의 세계 공주가 지상으로 내려 왔다가 사냥 나온 황제와 몰래 결혼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혼령의 왕은 딸에게 아이를 낳는 상징인 인간의 그림자를 얻지 않으면, 황제를 돌비석으로 만들겠다며 기간을 정해 준다. 황비는 시녀를 다리고 염색공 ‘바락’의 집으로 온다. 바락은 불구자 형제 3명을 거느리는 착한 가장으로 아이를 갖기 원한다. 아내는 불구자들을 보살피는 것에 진저리가 나 아이를 낳기를 거부한다. 황비와 시녀는 바락의 아내에게 마술을 걸어 호화스런 생활을 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그림자를 사게 된다.

▲그림자 없는 여인의 마지막 장면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바락은 아내가 그림자를 판 것을 알고 분노하여 죽이려고 한다. 달아나고 찾아 다니는 과정에서 바락은 아내를 용서하고, 아내는 바락에게 사죄할 것을 결심, 죽여달라고 요청키로 결심한다. 황비는 이들의 마음을 다 알게 된다. 3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혼령의 왕과 경호대장은 황비에게 여인의 그림자를 택하라고 명한다. 황비는 바락부부의 애처로운 정경에 그만 인간성을 유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림자를 포기한다. 이 때 혼령의 왕은 딸의 선함에 감복하여 모든 저주를 풀어 준다. 황제는 돌비석에서 해방되어 황비를 만난다. 바락부부도 만나서 미래의 아이를 안아 본다.

김태현이 연기한 ‘바락’은 거친 소리와 강한 감정표출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따뜻함을 지닌 음색과 시적 서정성을 지닌 인간미의 내함으로, 보기 드문 ‘바락’을 표상했다는 대체적인 평가다.

▲ 오페라 멕베스(현대판)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김태현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특히 데어 슈탠다드는 “아담 김(김태현의 유럽 활동명)이 연기한 염색공은 쉽게 화내고 정신 차리지 못하는 감정을 잘 다루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김태현은 악몽이 담겼던 마음들과 역동적인 자기 결정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며 훌륭한 연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데어 슈탠다드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모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잘 해낸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 '그림자 없는 여인'에서 지진으로 땅속 세상으로 빠진 김태현과 그 아내가 서로를 찾고 있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이 오페라에서 ‘바락’은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역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전에 바락 역을 맡았던 가수들 중 호세 반 담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는 독일인이 아니기에 발음이 가끔 이상한 경우도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음반 중 가장 음악적인 정교함을 잘 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발성적으로는 제가 추구하는 것과 약간 차이는 있지만 고급스럽게 들립니다.”

김태현은 이어 11월 4일 개막한 베르디의 작품 ‘리골레토’에서 주인공 리골레토 역을 맡는다. 김태현은 지금가지 맡은 배역 중 리골레토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극 중 리골레토가 자신의 딸을 능욕한 만토바 공작을 죽여 달라고 살인청부를 한 후, 하수인이 죽였다는 시체를 보러 갔을 때 ‘아, 정말로 이 순간 여기서 내가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외치는데 그 부분 연기할 때 너무 좋습니다”

그는 지금 오는 4월부터는 진행되는 ‘유진 오네긴’ 공연을 준비 중인데 이 배역은 사전 공부하기 가장 어려운 역이었다고 말한다.

“생소한 러시아어를 보고 외우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이제 린츠 공연까지 합치면 다섯 곳에서 오네긴 공연을 하게 됩니다” 

▲ 바리톤 김태현

그가 ‘아담’이라는 예명을 쓰게 된 것은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 극장으로 옮겨 갔을 때다. 하노버 극장 오디션에서 자신을 선택해 준 캐스팅 디렉터가 슈투트가르트로 떠나면서 자신도 함께 가게 되었는데 그가 더 큰 극장에서 공연하게 된 만큼 관객들이 부르고 기억하게 쉬운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때부터 ‘아담’을 예명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수로서의 소망에 대해 물었다.

“스스로 부끄럼 없는 가수가 되는 것입니다. 관객 반응이나 평론가의 평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스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건강한 몸과 목소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악보에 충실하게 공연했는지를 정교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족, 친지, 이웃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로 기뻐하고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 1월 15일 린츠주립극장 오페라 리골레토에 주인공 리골레토로 게스트 출연한 바리톤 김태현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바리톤 김태현은 서울 출생으로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 유학 ▲ 함부르크 음악연극대학 ▲ 페루치오 타그리아비니 성악콩쿠르 1위 ▲ 영국 카디프 음악제 ‘세계의 가수’에 한국대표로 초대 ▲ 독일 하노버 국립 오페라단 솔리스트 ▲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단 단원 등을 거쳤다. 

1월 15일 리골렛토에 무대에 선 그는  4월 14일 부터는 오페라 유진 오네긴의 오네긴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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