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미국 시민권자 부부의 한국에서의 양육권 재판 (2)
상태바
[법률칼럼] 미국 시민권자 부부의 한국에서의 양육권 재판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8.03.06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법원에서 A가 원하는 결정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A, B, C 모두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에, 한국 법원에서 C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권자를 결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검토가 필요했다.

국제사법은 제2조 제1항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한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여, 한국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실질적 관련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법은 제2조 제2항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도 규정하여, 국제재판관할권 판단에 있어서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위 ‘실질적 관련성’과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은 그 표현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는데, A의 사안과 비슷한 사례에 대한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5므884 판결로, 미국 미주리 주에 법률상 주소를 두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자 D가 한국 국적의 여자 E와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후, E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D와 E가 모두 미국 시민권자가 된 상태에서 한국에 함께 입국하여 한국에 거주하다가, D가 E를 상대로 이혼, 친권자 및 양육권자 지정 등을 청구한 사안이었다.

그 사안에서, 대법원은 ① D와 E 모두 한국에 계속 거주하는 상거소를 가지고 있고, ② 혼인신고도 한국에서 하였으며, ③ 혼인생활도 대부분 한국에서 한 점 등을 고려하면, D의 청구는 한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한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즉 당사자들의 상거소, 혼인신고지, 혼인생활지 등이 ‘실질적 관련성’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에 관해서, 이혼 관련 미주리 주법, 미주리 주법원 판결, 미국 국제사법의 일반원칙(Restatement of the Law, 2nd, Conflict of Laws)을 종합하여 보면 D와 E가 자유의지에 따라서 E와 함께 한국에 정착한 시점부터는 선택에 의한 주소(Domicile of choice)를 한국에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 E가 소송 서류를 적법하게 송달받고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하였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결국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에 규정된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행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의미는, 그 사안에 관련된 다른 국가(들)의 재판관할에 관한 법규에도 한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갖는 데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는지를 살펴본다는 의미로 보였다.

A와 B의 경우에도 계속해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에 상거소가 있는 경우였고, 혼인신고 및 조정이혼, 그리고 혼인생활이 모두 한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였다. 또한 A와 B가 미국에서 동거했던 주인 뉴욕 주법이나 뉴욕 주법원 판결, 미국 국제사법의 일반원칙(Restatement of the Law, 2nd, Conflict of Laws)에 따르더라도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볼 만한 내용이 없었고, A와 B가 한국에 선택에 의한 주소(Domicile of choice)를 두었기 때문에,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B가 송달을 받을지, 그리고 소송에 대응할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에 우리 법무법인은 B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양육권자 지정 심판을 청구하였고, B는 한국에 있는 주소에서 심판청구서를 송달받았다. 다만, B는 법원에는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B가 소송에 대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국제재판관할권과 준거법에 관해 오랜 기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C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자를 A로 지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법원의 결정문을 받고서야 A는 안심을 하였고, 나중에라도 B가 문제를 삼으면 그 결정문을 보여주면 되겠다며 만족하였다. 개인적으로 미국 뉴욕주의 법률과 판례, 그리고 미국 국제사법의 일반원칙까지 검토하느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던 사건이었지만, A가 힘든 일을 많이 겪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기에 좋은 결과를 전해드릴 수 있어 보람도 컸던 사건이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