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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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의 딜레마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8.07.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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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북미 간의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싸움의 향방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온갖 예측이 난무하며 미국 우세와 중국의 장기적 승리가 언론의 지면을 수놓고 있다. 과연 이 전쟁의 끝은 어떤 결말을 낳을 것인가?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세계인들이 그 빠른 성장에 경탄과 질투의 심정을 가지는 한편, 내심 우려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의 대 중국관은 여전히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의 침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성장이다. 누구 말이 옳은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면서 느낀 점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하고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심한 중국인 특유의 기질과 성격이다. 고위급은 그런 경향이 더 하다.

허풍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연친화적 사유를 즐기는 동양인의 일반적인 기질이라면 기질이다. 어쩌면 이런 자존심이 중국의 오늘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서양인들의 갖은 질시와 간섭 속에서 중국은 나름의 자존심으로 여기까지 성장을 일구어 왔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조금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래서 중국인의 허풍과 우격다짐도 늘 지나친 것이 문제가 된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그들이 가진 중화문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다. 서양 문명과 우리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엄청난 자부심으로 생각한다. 당과 국가의 사상교육도 그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 개개인의 사고방식은 나름 합리적이고 유연하다. 과학적 사고는 아니지만 가능한 낙천적으로 보려는 긍정마인드가 있다.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른 것을 배척하려는 경향은 드물다. 이래서 외국인들은 중국인을 제대로 아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합리적인 중국인도 실제 사업에서는 도무지 국제표준의 관습을 받아주려고 하질 않는다. 당연히 외국인이 중국에서 사업하는데 애로사항이 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기질과 태도가 줄곧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국제 외교에는 일정한 패턴과 관례와 예의와 규칙이 존재한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서양의 문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 외교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문화와 자존심이 막무가내로 가면 상대 또한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대미(對美) 외교에서 지금까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힘 빠진 미국이라고 해도 국제 외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시스템의 미국’이다. 중국은 이런 미국을 상대하기에 아직은 수(手)가 부족하다. 미중 무역 전쟁도 일종의 외교전이다. 치밀한 계산과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가장 알맞은 시기에 미국은 칼을 뽑은 셈이다. 미국의 막대한 정보력은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1인 장기 집권이 어떤 것에 가장 취약한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장기집권은 자국 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중국인들은 지도자가 큰 탈이 없다면 그의 집권연장에 애써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급격한 변화와 그 변화가 몰고 올 또 다른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집권 세력이 바뀌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하나? 그래서 나라가 혼란스럽다면 구태여 바꿀 이유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인민을 계속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어야 한다. 일종의 조건부 집권 연장이다.

미국의 날카로운 반격은 여기서 출발했다. 중국의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라고 판단을 했을 것이다. 첨단 과학에서 생명과학까지 중국의 발전 속도는 머지않아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은 여기 저기 근거가 많다. 미국의 반격이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진핑 장기집권의 최대 약점이 경제의 침체라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발전을 과대 선전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중국의 속담을 중국 스스로가 잠시 잊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지나친 허장성세에 취하여 잠시 미국을 졸(卒)로 본 것일까? 중국은 조금 더 참고 훗날을 기약하라는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걸까? 중국인은 어느 순간에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배짱(?)과 허풍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생각으로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미국을 만나 고전 중이다. 사드 위협은 한국에게 잘 먹혔는데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쉽지가 않다.

중국인은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사는 것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냐?”는 공자의 말은 중국인의 철저한 현실주의를 대변한다. 중국이 조만간에 현실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리라 본다. 싸워서 이기는 전쟁은 하수(下手)들이 하는 것임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高手)다. 중국의 딜레마!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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