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한국 사회와 난민 : 절충안은 없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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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한국 사회와 난민 : 절충안은 없을까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8.07.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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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서 계속) 난민들에게 체류비용을 부담시키면 어떨까. 구체적인 금액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한 비용을 받는다면 무임승차 논란은 줄어들 수 있다. 난민들은 반드시 빈곤층은 아니며, 항공권을 구입해 한국에 입국할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 입국 이후에도 난민 신청 후 6개월 이후부터는 취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민해볼 만한 부분이다.

난민들의 거주지역이나 취업 업종을 제한하여,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한 지역이나 업종을 지원하는 방안은 어떨까. 거주지역 제한은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강하게 제한하지만, 출입국관리법 제22조는 “법무부장관은 공공의 안녕질서나 대한민국의 중요한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거소(居所) 또는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준수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취업 업종 제한 또한 이미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1항이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국인에 대한 취업 업종 제한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난민들에게 ‘체류비 부담’, ‘거주지역 제한’, ‘취업 업종 제한’과 같은 부담 및 제한을 부과하려 한다면, 난민협약의 몇몇 조항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난민협약 제29조 제1항이 “체약국은 난민에게 유사한 상황에서 자국민에게 부과하고 있거나 부과할 (명칭에 관계없이) 세금, 공과금 이외의 별도의 것이나 고율의 것을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위 ‘체류비’나 기타 명목으로 난민들에게 별도의 경제적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난민협약 제26조는 “각 체약국은 합법적으로 자국 영역 내에 체재하고 있는 난민에게, 동일한 사정 하에서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규제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영역 내에서 거주지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규정하여, 거주지역을 제한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난민협약 제17조 제1항은 “체약국은 합법적으로 자국영역 내에 체재하는 난민에게 임금이 지급되는 직업에 종사할 권리에 관하여 동일한 사정 하에서 외국 국민에게 부여하는 것 중 가장 유리한 대우를 부여한다.”고 규정하여, 다른 외국인들보다 더 엄격하게 취업 업종을 제한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협약 제42조에 따르면, 위 세 가지 난민협약 조항들에 대해서는 유보가 가능하다(난민협약 제42조는 일부 핵심적인 조항들에 대해서만 유보를 금지하고 있다). 즉 난민협약에 가입했더라도, 위 세 가지 난민협약 조항들에 대해서만 한국 정부가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고 한국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1992년 난민협약 가입 당시 난민협약 제7조(상호주의 면제)에 대해서 유보선언을 하고 한국에 적용되지 않도록 한 바 있다. (난민협약 제7조에 대한 유보선언은 2008. 10. 16. 철회되어 현재 한국 정부가 유보선언을 한 난민협약의 개별 규정은 없는 상태이다).

난민협약 제42조가 위와 같이 ‘유보’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둔 이유는,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이 각자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난민협약 제12조 제1항도 “난민의 개인적 지위는 그의 주소지 국가의 법에 의하여, 또는 주소가 없는 경우에는 거소지 국가의 법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 법원도 “난민에게 비호를 … 부여한다면 그 법률상 지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각 체약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으로 이해되고 있다.”라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185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6누21643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30165 판결 등).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이며 발전하여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소위 이민국가들,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 당시 노예제도로 인해 비자발적 이민자들을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던 일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라는 인식이 강하고 이민자 유입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위 국가들과 동일한 방식의 난민수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즉, 한국은 난민협약의 일부 조항들을 유보할 이유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절충안을 택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지, 난민협약 개별조항들에 대한 유보가 필요할 것인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끝 모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난민 논쟁이 보다 발전적 논의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졸견이나마 제시해보고자 한다. 더 많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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