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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가 트럼프를 잘못 봤다

기사승인 2018.08.20  12: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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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삼국지에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라는 유명한 대목이 있다. 조조의 100만 대군이 오나라를 침범하자 유비와 손권이 연합하여 적벽에서 대승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조는 적벽의 패전으로 천하 제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설마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러올 줄을 상상이야 했겠는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조조는 상대를 우습게 보았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제갈량이라 해도 하늘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전쟁에서 졌다. 과연 하늘이 오나라를 도와서 그랬던 것일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제갈량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동남풍이 불어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하늘이 제갈량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는 이미 천시(天時)의 변화를 예상하고 추측했다. 이맘때에 한두 번은 동남풍이 분다는 것을 알았다. 적벽의 승리가 비단 동남풍 때문만은 아니었다. 화공(火攻)이 쉽게 연환계(連環計)를 사용했고 오나라 장수의 거짓 투항이라는 속임수도 있었다.

오와 촉의 치밀한 준비와 협력이 있었던 반면에 조조의 대군은 그렇지 못했다. 병법에 통달한 조조도 상대의 세(勢)를 우습게 보았다. 수십 번을 생각해도 질 수 없는 전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100만의 군대가 불과 5만의 군대에 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무리 영특하고 치밀한 사람이라도 사태가 이쯤 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진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 되는 법이다. 똑똑한 참모가 만일의 사태를 염려해도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망조(亡兆)가 들었다고 한다.

작년에 중국에 갔을 때 오랜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겸손하고 배려심이 많았던 그 친구의 변화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현대와 삼성이 그렇게 많은 돈을 중국 땅에서 벌었는데 왜 사드를 배치했느냐? 오랜만에 멀리서 오는 친구를 잘 대접하기로 유명한 나라가 중국이다. 비싼 선물까지 챙겨간 나는 허름하고 후덥지근한 음식점 구석에 앉아 그 친구의 당당한 연설과 한국을 향한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제법 컸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의 이런 변화가 염려스럽기도 했다. 역시 중국사람들은 알 수가 없구나! 탄식이 나왔다. 요즘 무역 전쟁이 한창인 미국과 중국을 바라보면서 삼국지의 적벽대전이 생각났다. 자만하고 교만하면 자기보다 열세인 상대에게도 무참히 깨지는 것이 전쟁이다. 하물며 만만치 않은 상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월이 흘러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이라는 영웅은 저승으로 가고 최후의 승자가 등장한다. 바로 사마의(司馬懿)다.

제갈량이 달랑 거문고 하나를 들고 텅 빈 성루에 앉아 사마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는 깊은 고민 끝에 말머리를 돌린다. 소위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다. 그의 후퇴는 배짱이 없어서도 아니고 병력이 적어서도 아니었다. 촉나라가 비록 운이 쇠하고는 있어도 제갈량이라는 당대 최고의 전략가를 결코 우습게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은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공식이 있을 뿐이다.

사마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없는 한 무모한 도전을 피했다. 패배의 후유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의 기운마저 꿰뚫어 보았던 제갈공명도 사마의의 등장으로 무대에서 사라진다. 진정한 고수! 사마의는 마침내 그런 신중함으로 천하 대권을 잡고야 만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중국의 전략은 과연 조조의 교만함과 사마의의 신중함 중에서 어떤 것이었을까?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중국에서 “우리가 트럼프를 잘못 봤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우습게 보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조조도 상대를 우습게 보다가 졸지에 100만 대군을 잃었다. 가방이 크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덩치가 크다고 싸움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무덤에 있는 사마의와 등소평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작금의 무역 전쟁을 바라보며 저승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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