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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위명여권 (2)

기사승인 2018.09.11  15: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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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그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일반적으로 위명여권 자체를 ‘무효인 여권’으로 판단해 온 이유는, 위명여권 사용자들에 대해 출입국 당국이 강제출국조치를 할 때에, 근거 규정으로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항을 포함시켜왔기 때문이다. 즉 출입국 당국도 위명여권을 ‘무효인 여권’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그러한 출입국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명여권 사용’을 처벌・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위명여권’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개념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위명여권 사용’을 처벌・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행 출입국관리법 상으로도, 위명여권 사용자를 입국금지 사유인 제11조 제1항 제3호(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및 제4호(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고 보아 강제출국시키는 것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 규정으로는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며, 위명여권 사용자를 어떤 범위까지 처벌・제재할 것인지 명확하게 규율하지도 못한다.

별도의 처벌・제재규정을 신설할 경우 어떤 범위까지 처벌・제재하는 것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위명여권을 사용하여 한국에 입국함으로써, 본인이 과거에 한국에서 저질렀던 불법을 숨기고 한국에서 체류하려 한다거나, 또는 범죄를 목적으로 신분을 속이고 한국에 입국하는 행태는 출입국관리 업무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그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의 경우, 정부의 공적 기록 관리 부실로 인해 잘못된 인적사항이 기재된 여권이 발급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게 정부의 실수로 발급된 위명여권을, ‘신분세탁’이라는 악의적 목적 없이 사용한 외국인까지도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로 보아 제재 또는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중국 동포 A는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 입국하여 4년 정도 체류하다가, 아무런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합법 체류 상태에서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A가 중국에 돌아가서 보니 고향에 있는 호적관서에 등록된 본인의 생년월일이 실제 생년월일과 다르게 되어 있었다. 중국에서 2000년대 초반에 호구부 전산화 작업을 시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생년월일을 잘못 등록한 모양이었다.

A는 조금 당황했지만, 본인의 다른 인적사항이나 가족관계 같은 내용들은 모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바뀐 생년월일이 기재된 여권을 발급받아서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10년 간 계속 체류하다가 한국 국민이 되기 위해 귀화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귀화 심사과정에서 A가 과거에 다른 생년월일이 기재된 여권으로 입국하였던 것이 밝혀졌다. A는 중국 정부에서 본인 생년월일을 잘못 바꾸어 등록해놓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출입국 당국은 A가 위명여권을 사용했음을 이유로 출국명령 및 입국금지 10년의 제재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A와 같이 과거 한국에서 체류할 당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출국한 경우라면, 굳이 생년월일을 바꾸어 신분을 속여 한국에 재입국할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A의 경우를 악의적으로 신분을 속여 한국에 재입국한 경우와 동일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법무법인은 억울해하는 A를 대리하여 출국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위명여권 사용에 대한 제재・처벌 규정을 신설할 때, 신분세탁을 통해 본인의 과거 인적사항을 숨겨 과거의 불법 사실 등으로 인한 출입국 규제를 회피하려는 ‘악의적 목적’을 가진 경우만 처벌 내지 제재하도록 하면, A와 같은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명여권과 관련된 출입국관리법의 규정들은 1963년 제정된 이후 약간씩 표현만 바뀌었을 뿐, 전면적으로 개정된 바가 없다. 이제는 위명여권과 관련된 출입국관리법의 규정들을 보다 정교하게 정리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강성식 변호사 dongpo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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