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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떴다, 떴다, 비행기 우리 비행기

기사승인 2018.09.21  1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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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 나가 잠시 선선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아파트 뒷동에서 이런 노랫소리가 들려 왔다.

떴다, 떴다, 비행기 우리 비행기,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어릴 적 많이 불러보았던 친근한 노랫말이다. 문득 문재인 대통령을 태우고 지난 18일 북으로 향했던 비행기가 생각났다. 대통령의 전용기는 우리 수행원들과 함께 남북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안고 북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2박 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야말로 떴다, 떴다, 우리 비행기가 북녘의 하늘을 날아라, 날아라, 가 된 셈이다.

지난 3일간 온 국민은 벅찬 가슴으로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보고 또 보았다. 역사적인 순간과 극적인 장면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연출되는 것이 아니다. 연출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사적인 장면은 의미와 깊이가 동반되어야 한다. 역사를 공유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미 공감의 무대가 내재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작금의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감동과 환호 그리고 눈물과 탄식이 뒤섞인 장면은 과연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까?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된 국가가 통일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단순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환호와 더불어 탄식과 눈물이 있다.

왜 신(神)은 우리에게 이토록 긴 세월 동안의 고통을 허락(?)했을까? 어찌하여 1천만 이산가족의 멍든 가슴을 차가운 눈물로 채우려 했을까? 한반도의 운명은 왜 이리도 가혹한 것일까? 막상 남북의 정상이 북한 동포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허탈해지는 느낌은 도대체 왜일까?

무엇이 잘못되어 지난 70년 동안 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일까? 우리는 사드 배치로 인하여 중국의 민낯을 보았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으름장을 놓았고, 덕분에 우리는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털끝만큼의 양보가 없다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땅히 감내해야 했던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우리는 냉정했고 중국의 협박은 그 도가 지나쳤다.

미국은 유엔을 동원하여 대북제재라는 명분으로 북한의 핵을 제거하려 했다. 중국을 방문한 우리의 대통령은 대중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했고, 미국에서는 북한 제재에 강하게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아야 했다. 백척간두에서 민족의 통일은 고사하고 일촉즉발의 전쟁위협이 날마다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다. 한반도의 운명은 그렇게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수 정권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은 북한 동포들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이지 결코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판문점과 평양을 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 어떤 결말로 도출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멱살을 잡으니 중국이 뺨을 때렸다”는 북한 사람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한 지도자를 향한 15만 평양시민들의 우렁찬 박수와 환호는 그래서 진정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민족의 하나 된 힘으로 통일을 이루자!”라는 북한의 표어도 이제는 체제 홍보용 표현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통일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설 거라는 환상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그리고 백두산 방문은 남과 북이 주변 강대국에 보내는 구걸이 결코 아니다. 남과 북이 원래는 한 뿌리였음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포효이며 엄중한 선언이다. 우리는 흥분과 감동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평양행을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는 엄연한 한민족의 운명이고 하늘의 명령’이라는 사실을.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dongpo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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