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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일 없다면

기사승인 2018.11.07  1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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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일은 꼭 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의미로도 일은 쓰입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면 보통은 노동이라기보다는 사건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일이라는 말은 다양한 장면에서 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하다’겠죠. 일이 많다, 일이 적다, 일이 힘들다는 표현에도 쓰입니다. 일이 많은 사람은 쉬고 싶고, 일이 없는 사람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일은 적당하게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 같습니다. 일은 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우리는 보통 큰일이라고 합니다. 일 중에서 큰 것은 위험하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큰일이야, 큰일 났어 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작은 일은 그냥 무시하거나 지나칠 수 있지만 큰일은 근심덩어리입니다. 큰일이 났다는 말을 줄여서 ‘일 났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일 중에는 아주 작은 일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합니다. ‘하찮다’에서 ‘하다’의 의미는 ‘크다, 많다’입니다. 따라서 하찮은 것은 크지도 많지도 않은 일입니다. 우리는 하찮은 일이라고 해서 막 무시하고 넘기지는 않는 듯합니다. 어릴 때부터 무수히 들었던 말이 하찮은 일이라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작은 일이라고 정성껏 해야 한다는 말도 기억납니다.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에 관한 단어 중에 ‘일부러’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부러는 좋고 나쁜 양쪽의 느낌이 있습니다. ‘부러’라는 말은 원래 중세 국어에서도 독립적으로 쓰였습니다. 요즘에도 부러는 단독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일을 부러 한다는 말이 굳어져서 일부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을 부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나쁜 의미로 사용될 때는 고의로 하는 게 됩니다. 반면 일부러 찾아와서 축하해 주었다는 말에는 고마운 느낌이 생깁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부러 와서 축하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일부러가 고의의 뜻으로 쓰일 때는 상처의 도구가 됩니다. 일부러 괴롭히고, 약 올리고, 못살게 굽니다. 못살게 구는 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가요? 도대체 살 수가 없게 만드는 일입니다. 일부러 사람을 못 살게 구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남의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남에게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고, 모함하고, 아픔을 줍니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어도 못살게 구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괜찮다’에 해당하는 북한 표현에 ‘일 없다’가 있습니다. 별일 즉,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주로 상대를 안심시키는 표현입니다. 일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저는 왠지 순박한 느낌이 듭니다.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고, 사투리의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일 겁니다. 사투리는 정감이 장점입니다.

일에 대한 단어들을 살펴보면서 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일은 억지로 하는 것보다 즐거워서 하는 게 좋은 겁니다. 시켜서 하는 것보다 좋아서 하는 일이 행복한 겁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겠죠. 그런 일일수록 일 속에서 나를 찾는 게 중요할 겁니다. 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일의 완성은 ‘이루다’입니다. 이루다의 어원도 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살면서 일에 지치지 않고, 일부러 좋은 일을 찾아 하고, 일부러 남에게 상처는 주지 말고, 오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일없이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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