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의 변화와 미국의 중동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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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의 변화와 미국의 중동 외교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 승인 2018.11.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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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아랍혁명 이후 아랍의 변화

오랫동안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중동을 화약고로 비유했다. 지금도 일부 한국인들은 중동의 화약고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2018년 중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체포될 즈음에 아랍인들은 미국이 원유 확보와 경제적 이권에만 관심이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부터 2017년 말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IS(이슬람 국가) 조직에 대한 뉴스에 가려서 언론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물론 그 때에도 아랍의 정치 지도자들이 모이면 아랍의 최우선 과제는 팔레스타인 문제라고 했다.

2018년 아랍의 사회학자들은 아랍 혁명 이후 문화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아랍인들에게 인성(personality)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과거에 아랍인들은 관용이 많아 폭력에 의존하지 않았는데 현재는 아랍인들에게 인성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때로는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인들의 폭력 횟수가 많아지면서 범죄율과 자살이 늘었고 기회를 이용하려는 문화도 생겨났다. 특히 아랍인들의 가치관 변화와 인성의 변화는 아랍의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주었다.

극단적인 사상과 종파주의 확산

아랍 혁명이 일어난 뒤 많은 아랍 무슬림들이 왜 미국은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당시 미국은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는 것을 염려하지 않았다. 그것은 미국이 부르짖던 ‘중동 민주화’에 걸맞게 아랍의 전제정권이 물러나기를 바랐고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실책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이런 미국의 중동 정책에 따라 튀니지에서 이슬람주의자 알간누쉬는 그가 추구하는 이슬람을 ‘민주적인 이슬람’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아랍 세계에는 정치적 양극화와 종파주의 그리고 극단적인 사고가 무슬림들에게 팽배해 있다. 아랍인들 중에는 지금의 아랍 청년세대들이 사회지도층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이런 극단적 사상이 사라지기 어렵다고도 했다.

아랍 국가에서 이란의 영향력 약화

미소 냉전 시절에 미국의 대통령들은 아랍 이스라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닉슨 대통령은 중동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 충돌과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치안 부재와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런 충돌의 원인을 일부 아랍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그런 주장에 우리가 모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랍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한국인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수 아랍의 통치자들이 아랍의 대적은 이란이라고 말한다. 이란이 군사적 인프라를 통해, 혁명 근위대를 통해, 시아 민병대를 통해 시아파 세력을 아랍에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레바논의 히즈불라를 통해 그리고 레바논 공항을 통해 시리아에 요원들을 보냈다고 한다. 시리아에는 이란인 이외에도 러시아인, 터키인, 미국인, 이스라엘인이 작전에 가담하고 있다. 미국 군인은 러시아 군인과 대치하고 있고, 사우디인은 이란인과 대치하고, 터키인은 쿠르드인과 대치하고, 이스라엘은 이란인과 레바논의 히즈불라와 대치하고 있고, 이슬람 국가조직(IS)은 알카에다와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인 저널리스트 라이샤르는 현재 시리아에 중국인들이 8천 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그 중 4천 명은 신장 지역에서 온 무슬림 전사라고 했다. 미국은 밧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하야하기를 바랐다.

아랍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

대다수 아랍 무슬림들은 미국이 중동에서 하는 일에 의혹을 갖는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이 아랍을 위한 전략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과 닉슨 대통령은 미소 간의 충돌을 피하고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원활히 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했는데,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과 중동을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과 연계시켰다.

프랑스인 저널리스트 라이샤르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은 미국이 중동의 전쟁에 참여할 명문을 가질 목적으로 사용한 이데올로기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이런 표현을 통하여 미국이 중근동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긴다고 보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에서 갈등과 충돌은 테러 세력을 양성하는 모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인 수사를 통해 세계인들이 이슬람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했다. 마치 요즈음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슬림 형제단 간의 관계가 늘 그랬던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슬림 형제단을 공직에 등용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시작된 미군의 ‘이전’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 때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중동 지역에 주둔할 이유가 뭔가를 아랍인들에게 공공연히 되묻고 있었다. 그 결과, 아랍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의구심이 더 증폭되고 있었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 이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시아파 이란을 적대시한다고 해서 미국이 아랍인을 위한 중동 평화안을 준비해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뒤부터 팔레스타인의 정치인들은 미국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는 “세기의 거래”를 팔레스타인에게 약속했지만 아랍인들은 “세기의 한방 얻어맞음(slap of the century)”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네 가지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할 때 중동에 대한 네 가지 방침을 세웠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프로세스에 활력을 주고, 둘째는 이슬람 국가(IS) 조직에 대한 전쟁을 마무리 짓고, 셋째는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넷째는 사우디 왕가와 이집트 대통령 알씨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첫 번째 해외 순방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 같은 트럼프 정책 중에서 아랍 무슬림들에게 최악은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일이었다. 이번 주 11월 25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체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체코가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면 네탄야후의 예루살렘 사저를 대사관으로 사용하라는 제안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정치적 공백 상태가 없어야

그렇다면 결국 아랍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힘의 공백은 곧 다른 힘을 불러 들여서 그 자리를 메꾸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예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다음에도 있었고 아랍인들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도 그런 공백 상태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지난 수년간 아랍인들은 이런 공백 상태가 됐을 때 더 나쁜 결과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아랍 국가들이 대동단결해야 대미 외교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텐데, 작금의 아랍 세계의 정치 외교상황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있었는데 그가 방문하려는 튀니지에서는 인권운동가들이 그의 튀니지 방문을 거부했다. 그들은 혁명의 땅, 튀니지를 더럽히지 말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미국의 중동 외교가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년 11월 첫주 아부다비에서 열린 우리나라 중동지역 공관장 회의에서는 ‘급변하는 중동 정세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대중동 지역 외교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가 많았던 아랍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정치, 외교적인 접근만이 아니라 군사,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와 종교-철학 등 제반 영역에서 ‘아랍의 변화’을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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