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8년 아랍의 3자 성어는 ‘피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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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8년 아랍의 3자 성어는 ‘피트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 승인 2018.12.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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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은 세계 아랍어의 날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피트나'의 여러가지 의미

2018년 아랍의 상황을 3자 성어로 말한다면 ‘피트나’라고 할 수 있다. 꾸란에서 피트나라는 말은 ‘시험, 시련, 고통, 길을 잃음, 사람들을 진리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게 함’이란 뜻이다. 그런데 오늘날 아랍에서 피트나는 ‘견해 차이로 개인 간의 싸움, 서로 다른 그룹 간의 싸움’이라고 한다. 현대 아랍어 사전에서는 피트나를 ‘견해나 종교를 바꾸도록 고통을 가함, 신이 시험하려고 시련에 빠뜨림, 죄에 빠지게 함, 길을 잃어버리게 함, 불복종, 사고의 혼란, 소요, 유혹하는 능력’이란 의미이다.

따라서 피트나는 혼란한 상황에서 쌍방이나 그 이상이 서로 싸우는 것 또는 견해나 종교를 바꾸도록 고통을 가한다는 의미인데 아랍 이슬람학자들은 오늘날 아랍 세계를 한마디로 ‘피트나 시대’라고 부른다. 시아파 이란과 순니 아랍 무슬림들 간의 피트나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역사적 문화적 매력을 잃은 아랍어

매년 12월 18일은 ‘세계 아랍어의 날’이다. 오늘날 아랍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 인구는 4억 2200만 명이라고 하고 2050년에는 아랍어 사용자가 6억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아랍어는 6개 국제 언어들 중 네 번째 언어이다. 이런 수치를 보면 아랍어의 미래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말 무사 박사는 그의 글 ‘언어는 애착을 갖는 사람이 없이도 살아남을까’에서 “지금 아랍어는 역사적 문화적 매력을 잃었다”고 했다. 아랍인들에게 아랍어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아말 무사 박사는 “현재 아랍에서 아랍어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고 대학에서 아랍 시인을 모시면 학생들이 생경한 일로 여긴다”는 것이다. 아랍에서 아랍어의 위상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의 외국어 학습에 힘쓰는 부모들

아랍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아랍어 학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취학 전에 한국어 학습보다 영어 학습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더구나 꾸란의 언어인 푸스하(문학적 아랍어)는 아랍인들이 일상생활의 대화에서 사용하지 않고 아랍 각국마다 조금씩 다른 대중아랍어(암미야)를 사용한다. 아랍인이 암미야로만 말하면 아랍인끼리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말 무사 박사는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아랍어가 아랍 이슬람 문화의 핵심요소를 차지하므로 아랍 무슬림과 아랍어를 서로 떼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상이 경제적 논리로 살아가지만 경제 일등국이 되면 그 나라의 문화가 의미와 상징을 안고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결국 아말 무사 박사는 언어(아랍어)와 문화(이슬람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사실 아랍어를 공부하다 보면 아랍어 단어가 이슬람 종교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슬람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당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특히 아랍어 문법책을 공부하다 보면 예문이 꾸란 구절인 경우가 많다. 금년에 우리나라 수능아랍어 시험 문제에 이슬람의 금요 기도에 대한 예시문이 나왔는데 순수하게 언어를 묻는 문제가 아니라 ‘이슬람 종교’와 관련된 문제였다.

아랍세계, 전쟁과 혼란

소위 ‘아랍의 봄’ 이후에 아랍에는 지역과 국제 간에 공백 기간이 있었다. 압둘 문임 사이드 박사는 지금도 아랍 국가들 사이에는 “지역적 안보에 위협이 되는 세 가지가 여전히 아랍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세 가지는 첫째, 여러 국가에 영향을 주었던 IS와 같은 극단적 테러 세력이고, 둘째는 이런 공백을 틈타 아랍 국가에 파고 들어온 이란 세력이고, 세 번째는 혁명과 내전 때문에 생긴 사회적 혼란과 불안정”이라고 했다. 그는 아랍의 안보 기구를 설립을 촉구했다.

사실 아랍의 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는 동맹을 맺고 카타르와 외교적 단절을 했고 군사, 안보, 경제적인 관계를 강화했다. 이집트와 사우디 간의 군사 합동훈련이 있었고 정례적으로 해상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간에는 일명 ‘자이드’ 기동 훈련이 있었고 이런 훈련을 이집트와 바레인 간에도 실시했다.

금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건설에 이집트와 요르단이 참여했고, 아랍 걸프국가에서 홍해와 지중해로 연결하는 원유 운반에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협력했다. 그러나 이렇게 군사, 안보, 경제 협력에 22개국 모든 아랍 국가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 아랍 국가들 중 몇 개의 나라들만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적, 국제적으로 다양한 피트나

카타르와의 관계 회복이 이미 물 건너갔다고 아랍 언론들이 말하고 있지만 일부 칼럼니스트들은 간혹 카타르와 화해 방안이 없느냐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최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도하 포럼’이 열렸는데 카타르의 쉐이크 타밈 븐 하마드 븐 칼리파 아알 사니는 참석자들에게 “내정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이란과 순니 아랍 국가 간의 피트나 이외에도 시리아, 리비아, 예멘, 팔레스타인 등 한 국가 안에서 서로 다른 이해 집단들이 ‘피트나’를 계속하고 있다.

12월 17일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신문(13면)에서 지브릴 박사는 ‘알꾸드스는 우르샬림이 아니다(알꾸드스 라이사트 우르샬림)’라는 제하의 글에서 아랍 무슬림이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말인 꾸드스가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말 즉 우르샬림과 다르다고 한 것이다. 그는 아랍어 알꾸드스를 히브리어로 여루샬라임에 해당하는데 여루샬라임을 아랍어로는 우르샬림으로 부르지만 여루샬라임의 장소가 팔레스타인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랍어-아랍어 사전을 찾아보면 알꾸드스도 우르샬림도 모두 예루살렘이라고 뜻풀이 해 놓았다.

그런데 아랍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브라질과 호주가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라고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알꾸드스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아랍의 도시라고 한 것이다. 그는 알꾸드스로 대사관을 이전하고 알꾸드스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평화를 깨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알꾸드스는 무슬림들의 땅이지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는 주장은 무슬림들의 입장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땅이 바로 자신들의 수도라고 맞서고 있으니 이것 역시 피트나이다.

우리 국민이 피트나의 싸움터 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아랍의 일부 언론은 자기가 속한 정권의 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신문의 글자 뒤에 있는 속내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아랍의 언론, 명암의 엇갈림

아랍의 봄 이전에 아랍 국가 어느 한 나라에도 언론의 자유는 없었다. 지금도 몇몇 아랍 국가에서는 언론 검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튀니지의 마흐디 알잘라 씨는 “2010년 12월 17일 이후 튀니지 혁명이 가져다 준 가장 중요한 결실은 언론의 자유”라고 했다. 지금은 언론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정책을 서슴없이 비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정당에서 활동하는 일부 사업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과 경제적 야심을 드러낼 때 정치권에서 서로 자기편을 만드는데 언론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흐디 알잘라 씨는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권만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지금은 기자들이 군사 정보 이외에는 취재 금지가 되는 성역은 없다고 했다.

튀니지에는 5개의 방송 채널과 5개의 대형 방송사가 있는데 모두 사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문사는 물론 이런 방송사들이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만 찾는 것이 문제이고 특히 여론을 조종하는 몰이꾼들이 문제라고 했다. 이것이 튀니지에서 민주주의 실험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튀니지의 언론인은 1,700명인데 그중 90% 이상이 각종 언론 매체에서 일하고 있다. 리비아에서 튀니지 언론인 두 명이 사라졌는데 아직도 생사를 모른다고 했다. 리비아 정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튀니지가 아랍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언론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것은 튀니지가 민주화의 길로 계속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국제적인 행사였다고 했다. 

IS조직과 언론활동

하지만 아랍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사힐 지역(최북단의 북아프리카 국가의 이남 지역에 있는 국가들)에서 IS조직이 몇 달 전부터 ‘사이버 테러 부서’를 통해 IS조직의 언론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사실 사이버 테러 활동이 수년 동안 IS조직의 가장 강력한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본주의 이슬람의 전문가들은 IS조직이 과거 사용한 콘텐츠를 그대로 보내는 것으로 봐서 IS 안에 이제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고 재정도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이 조직이 점차적으로 소멸돼 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 방영한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대부분 내용이 충성 맹세를 다시 하라는 것과 인내하라는 내용이었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목소리를 내보내면서 지하드를 촉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근본주의 운동의 전문가인 마히르는 IS조직의 언론 활동이 앞으로 대원들에게 영향을 크게 주어서 조직을 다시 결집시킬 것으로 내다보았다. 국제 테러 대책 전문가 리다 아으꿉은 IS 조직이 최근에 내보낸 영상물과 음성 파일을 검토해 본 결과 테러 대책에 대한 새로운 발전적 준비가 필요하고 국제사회가 전략적으로 이들과 대처하는데 노력과 투자를 집중해달라고 했다. IS조직의 송금 통로를 차단하고 군사적으로 그들을 봉쇄시키고 훈련 캠프를 제거해 IS 조직이 더 이상 흩어진 조직원들을 불러 모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랍에는 아직도 ‘피트나’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아랍을 장기적으로 여행하는 우리 국민이나 재외동포는 자녀들이 과격한 성향의 SNS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녀들과 자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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