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사증(비자)을 받을 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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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사증(비자)을 받을 권리 (1)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9.01.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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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중국 동포 여성 A는 한국 남성과 위장결혼을 하여 한국에 입국하였다가 이혼한 후, 다른 한국 남성 B를 만나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실제로 결혼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도중 과거의 위장결혼이 발각되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게 되었고, 강제추방 후 5년간 한국에 재입국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입국금지 규제까지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배우자 B와 떨어져 살게 된 것이 너무도 힘들었던 A는,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사증(비자) 신청을 하여 한국에 입국시켜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한국 영사관은 A에게 입국금지 규제가 되어 있음을 이유로 사증 발급을 거부하였다. 이에 B가 우리 법무법인을 찾아왔고, 우리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A는 A가 받은 사증 발급 거부처분에 대해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외국인은 사증을 받을 권리가 있을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법원에 사증 발급 거부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려면, 외국인이 사증을 받을 권리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신청권’이나 ‘법률상 이익’이라는 이해가 쉽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권리’라고 간단하게 표현하기로 한다)

만약 권리가 있다면, 사증 발급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영사관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이고, 요건에 해당하는데도 사증을 발급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영사관의 잘못된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만약 권리가 없다면, 사증 발급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영사관에서는 사증을 발급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 발급거부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

A의 재판에서, 영사관 측은 “사증은 외국인이 다른 나라로 입국하고자 할 경우 당해 국가(입국하고자 하는 국가)가 그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허용하거나 또는 입국허용을 추천해주는 것”으로서 “그 나라의 고유한 주권행사”이며, “우리 헌법상 외국인은 대한민국으로 입국할 권리 또는 자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외국인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사증을 받는 것은 대한민국 주권 행사에 따른 반사적 이익 내지 은혜적 조치”라고 주장하였다.

쉽게 설명하자면, 사증 발급은 국가가 외국인에게 입국할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주는 것일 뿐, 외국인에게 사증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발급해주는 것이 아니므로, 외국인은 사증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A측은, 출입국관리법령에 사증 발급의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에게도 사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1심 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여 외국인에게도 사증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소송 제기도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A 사건의 1심 법원 판결이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외국인에게는 입국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세계 각국의 일반적인 입법 태도”라고 하면서, “체류자격 및 사증발급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출입국관리법령의 규정들은 … 대한민국의 출입국 질서와 국경관리라는 공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일 뿐,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하여,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아직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외국인에게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외국인에게는 사증을 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8. 5. 16. 선고 2014두42506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A 사건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도중에 선고되었다. A 사건 1심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였는데, 대법원 판결은 완전히 반대되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이에 영사관 측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을 2심 법원에 제출하며, A의 소송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A 사건의 2심 법원은 위 대법원 판결과는 또다시 다른 판단을 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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