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온공주가(嫁) 3대의 왕실 한글 유물 특별전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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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온공주가(嫁) 3대의 왕실 한글 유물 특별전시 기획
  • 정소영 기자
  • 승인 2019.01.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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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국외에서 수집한 자료 등 덕온공주가 한글 유물 종합하여 공개

▲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1월 16일 국외에 거주하는 개인으로부터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수집한 조선 왕실 한글 유물을 이관 받는다고 밝혔다. 규훈 일부.(사진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1월 16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국외에 거주하는 개인으로부터 수집한 조선 왕실 한글 유물을 이관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이관 되는 왕실 유물은 윤 씨 집안으로 하가(下嫁, 공주가 시집감)했던 순조의 셋째 딸 덕온공주와 아들 윤용구, 손녀 윤백영이 작성한 문서와 서적 등 68점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6년부터 덕온공주가의 왕실 한글 유물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순원왕후와 덕온공주의 친필을 포함 현재 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이관 되는 유물까지 더하면, 국립한글박물관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왕실 한글 유물을 소장한 기관으로 거듭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이후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지닌 유물을 수집하며, 이를 전시와 연구 등을 통해 일반에 소개해 왔다. 특히 왕실 한글문화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 「효의왕후 곤전어필」, 「정순왕후 한글 편지」 등을 수집·공개했으며, 2016년에는 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을 개최해 덕온공주가 왕실 유물 41점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로 개관 5주년을 맞이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은 덕온공주가 3대(덕온공주, 윤용구, 윤백영)의 왕실 한글 유물 수백여 점을 망라하는 기획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왕실 한글 유물은 단편적으로 곳곳에서 소개됐지만, 이처럼 왕실과 부마 집안의 일괄 자료가 모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덕온공주가 있다. 덕온공주는 조선 제23대 국왕 순조의 셋째 딸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공주가 배워야할 왕실의 덕목을 익혔다. 「자경전기」나 「규훈」 등은 그 덕목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자경전기」는 아버지 순조가 한문으로 지은 글을 한글로 번역해서 쓴 것으로 어른을 효로써 봉양하는 뜻이 담겨있고, 「규훈」은 여성이 지켜야할 덕목이나 예절을 한글로 번역해 쓴 것이다. 모두 공개된 바 없는 유일한 덕온공주의 친필 유물이기도 하다.

▲자경전기 표지.(사진 국립한글박물관)

또한 윤용구는 왕실 부마 집안으로, 순원왕후(순조 비)부터 명성황후(고종 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왕실과 한글 편지를 주고받아 현재 전하는 편지만도 130여 점에 달한다. 편지 중에는 시집간 딸의 형편에 대해 순원왕후가 사위인 윤의선(1823~1887)에게 보낸 편지,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서기이씨(書記李氏)가 대필한 편지 등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윤용구의 딸 윤백영은 한글 궁체로는 처음으로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으며, 조선 왕실의 한글 궁체가 오늘날 우리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이다.

특별 전시로 풀어낼 수 없는 유물은 올해 안에 발간되는 연구서를 통해서 소개될 예정이다. 연구서는 덕온공주가 중요 유물에 대해 사진과 원문, 해제, 현대어 번역을 싣고, 여러 분야 전문가의 글로 그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이관 되는 68점의 유물을 포함한 덕온공주가 3대의 한글 유물은 조선 왕실 여성들의 의사소통과 생활에서 한글이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중요 유물이다. 또한 조선 왕실의 품격 있는 한글 유물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것임에 틀림없다.

박물관의 관계자는 “덕온공주가 3대의 유물을 종합하는 특별전시와 연구서가 발간됨으로써 앞으로 조선 왕실의 한글문화가 본격적으로 조명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고 유물 수집과 공개의 의의를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으로 이관되는 덕온공주가의 왕실 유물 중에 압권은 단연코 「자경전기(慈慶殿記)」이다. 자경전(慈慶殿)은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해 창경궁의 양화당(養和堂) 옆 작은 언덕에 지은 전각이다. 후에 효의왕후(정조 비)가 거처하였던 곳이기도 하였고, 한때는 왕실 도서관이었던 장서각이 있었으나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 자경전기 시작 일부.(사진 국립한글박물관)

한문으로 된 「자경전기」는 순조가 어머니 효의왕후의 명을 받들어 1808년에 지었다. 이 글을 순조의 비 순원왕후가 딸 덕온공주에게 명하여 원문에 토를 달아서 한글로 쓰고, 이어서 우리말 번역문을 적게 한 것이다. 따라서 단아한 한글 글씨는 덕온공주의 친필이다.

자경(慈慶)은 자전(慈殿, 임금의 어머니)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효심이 지극하였던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봉양하고자 자경전을 지었다. 이 뜻을 이어 받기 위해 효의왕후는 아들 순조에게 자경전의 유래 등을 밝힌 「자경전기」를 짓게 하였고, 그 효심을 딸이 전해 받을 수 있도록 순원왕후는 덕온공주에게 한글로 번역해서 직접 쓰도록 하였던 것이다.

「자경전기」는 혜경궁홍씨로부터 정조, 효의왕후, 순조, 순원왕후를 거쳐 덕온공주까지 대를 이어 효로써 봉양하고자 하였던 왕실의 깊은 효성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그래서 덕온공주가 공을 들여 궁체로 썼고, 이를 정성스럽게 포장한 포장지까지 더해서 더욱 소중하게 전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덕온공주가의 한글 유물은 왕실과 연계된 부마 집안의 일괄 유물이라는 점에서 유물 하나하나에 역사성을 갖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며 유물의 가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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