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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불법 사설환전과 보이스피싱 (1)

기사승인 2019.02.12  14: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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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중국 국적의 남성 A는, 중국 대학에서 건축 관련 전공 학위를 취득하고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건설업이 계절을 많이 타는 업종이어서 비수기에는 일이 없어 고생하던 중, 지인이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 후 중국에 있는 구매자에게 재판매하는 ‘따이꺼우(代購 : 구매대행)’일을 하며 돈을 상당히 버는 것을 보고, 비수기에 따이꺼우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따이꺼우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몇 차례 드나들던 중, A는 따이꺼우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화 현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물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약간의 가격 차이도 중요한 영향이 있었는데, 한국 면세점에서는 한화로 구매할 경우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해외 송금이나 현금의 해외 반출을 1년에 5만 달러 정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환전소에서 한화로 환전할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었다. 물건을 많이 사야 이윤이 많이 남는 따이꺼우들로서는 한국에서 한화 현금을 충분히 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A도 한국에서 한화 현금을 충분히 구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위챗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중국인 지인 B로부터 한국에서 한화 현금을 줄 테니 중국 계좌로 위안화를 송금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A가 주변의 다른 따이꺼우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따이꺼우들 중에도 한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그와 같은 환전을 해주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A는 큰 의심 없이 B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화 현금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방법임은 물론, 환전 수수료 수익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좋은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환전업무를 하는 것은 불법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A는 한국에 입국한 후 B에게 연락을 하였고, B는 자신이 보낸 사람이 한화 현금을 들고 갈테니, 금액을 확인하고 중국의 전자금융업체 어플리케이션인 ‘쯔푸바오(支付宝 : 알리페이) ’를 이용하여 본인의 계좌로 송금을 해달라고 하였다.

이후 A는 며칠에 걸쳐 B가 지정하는 시간과 장소로 나가서, B가 보낸 여러 사람들로부터 한화 현금을 받고 B의 계좌로 위안화를 송금해주었다. 환전수수료는 사설환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받았다. A가 환전하여 송금해준 총 금액은 약 1억 원 정도였는데, 닷새 째 되는 날 한화 현금을 받던 현장에서 A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오인되어 경찰관에게 체포된 후 구속되었다. A가 받았던 한화 현금들은, 사실은 B가 보이스피싱을 하여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것들이었다. B는 체포되지 않았고, B가 A에게 보냈던 사람들만 3명 정도 함께 체포되었다.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내내, A는 본인은 환전만 해주었을 뿐 보이스피싱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그렇게 큰 돈을 환전해주면서 그 돈이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A의 말을 믿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또한, A가 B와 위챗(Wechat)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내용 중 일부에서, A가 B를 ‘따거(大哥 : 형)’라고 부른 사실이 있는 점, A가 B에게 환전장소와 관련하여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라거나, ‘감시망을 피해야 해’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A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가 끝날 무렵 A의 친구가 우리 법무법인을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사정 설명을 들어보니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A의 사건을 맡기로 한 후, 검찰 조사부터는 변호인으로서 A의 옆에 앉아 조사를 함께 받았는데, A가 아무리 본인은 보이스피싱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도 수사관은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환전을 해주다가 보이스피싱이라는 중대한 혐의를 뒤집어쓰게 되고 감옥에 갇혀 수사를 받게 된 A로서는,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흥분하여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거의 의식을 잃을 수준이 되기도 하였지만, 수사관은 A의 주장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강성식 변호사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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