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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아재 개그

기사승인 2019.02.22  1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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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아재 개그는 <아재>가 하는 개그입니다. 아재의 의미가 ‘아저씨의 낮춤말’ 정도로 해석이 되니, 나이가 좀 있는 남자가 실없는 농담, 웃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오야지 개그>라는 표현을 합니다. 오야지가 아버지라는 의미이니까 ‘아버지의 농담’이라는 뜻입니다. 나이 든 남자의 농담은 국경을 초월해서 어색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웃기려고 애쓰는 아재들의 마음은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세상을 밝게 만든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아재 개그가 자랑스럽네요.

아재 개그를 보면 하는 사람은 무지 웃긴데 듣는 사람의 반응은 제 각각입니다. 보통은 헛웃음을 웃는 경우가 많고, 얼굴 표정이 잠시 굳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어떤 모습으로든 서로 웃게 됩니다. 싱겁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재 개그는 여러 번 생각하면 웃긴 경우도 많습니다. 어이없다고 이야기해 놓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가 이렇게 어이없는 아재 개그를 했다고 말입니다. 뜻 밖에도 아재 개그는 이렇게 파급력도 있습니다.

아재 개그의 주요 소재는 말장난입니다. 한자로 이야기할 때는 언어유희(言語遊戲)라고도 합니다.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이용해서 웃기는 거죠. 동음이의어는 오래 전부터 개그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군대에서 전역했어요.’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점심은 안 했냐?’라고 반응하면 아재 개그가 됩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표정이 잠시 굳는 거죠.

예측이 되는 말장난은 아재 개그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게 아재 개그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반응입니다. 청자의 허점을 찌르는 빠른 말장난이 핵심입니다. 어이없지만 웃어줄 만한 개그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아재 개그는 언어 감각이 좋아야 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재 개그에 천재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예능계로 나가거나 글을 써야 할 겁니다.

물론 아재 개그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재 개그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생각나는 아재 개그를 다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고민 끝에 열 개 중 몇 개만 입 밖으로 내 놓는 겁니다. 너무 많이 아재 개그를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차갑습니다. 아재 개그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아재들의 피나는 노력이 아재 개그를 오래 가게 합니다. 치고 빠질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아재 개그를 많이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지 않게 되는 현상에도 주목합니다. 반응이 차가워서인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아재 개그에 싫증이 난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도 아재 개그가 신이 나지 않는 겁니다. 저는 이럴 때가 위험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웃기든 덜 웃기든 간에 아재 개그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생동감이 있습니다. 눈도 반짝입니다. 뭔가 궁리하고 있는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아재 개그에 흥미를 잃었다는 이야기는 삶에 의욕이 꺾였다는 표시입니다. 우울하죠.
 
아재 개그를 다시 살리는 방법은 반응을 많이 해 주는 겁니다. 많이 웃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면 아재 개그도 되살아납니다. 아재 개그는 반응을 먹고 삽니다. 많이 웃는 부인 옆에 아재 개그를 하는 남편이 있는 법입니다. 한편 <아재>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방언에서 ‘아주머니(강원도), 고모, 이모, 작은어머니(함경북도)’도 아재라고 합니다. 아재 개그를 위한 아주머니들의 노력도 촉구하는 바입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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