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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세수와 깨달음

기사승인 2019.04.23  09: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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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미얀마 만달레이에 가면 마하무니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미얀마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불상이 있습니다. 만달레이에 특강을 갔다가 새벽 예불에 참여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정말 많은 사람이 예불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저 같은 관광객보다는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로 가득하였습니다. 간절함은 늘 따뜻합니다. 간절함은 늘 감동을 줍니다.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있으니 저도 경건해지고, 간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새벽 예불의 주요한 예식은 부처님의 얼굴을 닦는 일이었습니다. 순서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함께 하였지만 저는 세수를 하는 장면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부처님의 얼굴을 씻어주는 사람의 모습에서도 감동이 있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애절하게 기도하는 미얀마 사람의 모습에서 순수한 바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바라 저렇게 안쓰러운 표정으로 연신 기도를 올렸을까요?

정말로 정성스럽게 세수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경건함과 깨달음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세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옵니다. 같이 간 미얀마 선생님들의 말에 따르면 저렇게 닦은 물을 다시 나눠주어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부처님을 닦은 물마저도 귀한 겁니다. 미신 같은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간절함이 가득한 모습이 기억납니다. 물을 받기 위해서 늘어선 줄이 길었습니다. 새벽 탁발승에게 공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졌습니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문득 마하무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쉽게 부처님의 얼굴을 닦아주어야 공덕을 쌓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신 분이니 귀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역시 깨달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스스로도 충분히 귀한 존재임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부처님의 얼굴을 닦아줄 수도 없고, 직접 닦을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을 겁니다. 새벽 예불에 가서 부처님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듯이 우리 스스로의 얼굴도 정성껏 닦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세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공덕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매일 아침이 우리에게는 공덕을 쌓는 시간이겠네요. 세숫물을 집으로 가져올 필요도 없겠네요.

부처님을 얼굴을 닦듯이 나의 얼굴을 닦으며 살아온 내 인생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얼굴은 나의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에 진 주름은 때로 내 웃음자국입니다. 기뻐서 웃어도 주름이 생기죠. 어떤 주름은 내 괴로움의 흔적입니다. 이마와 양미간(兩眉間)에 점점 깊어져 가는 주름은 때로 서글픈 느낌을 줍니다. 참 외로웠구나, 참 힘들었겠구나 생각하니 스스로가 가여워지기도 합니다. 기쁜 주름과 괴로운 주름은 모습이나 느낌이 다릅니다. 앞으로 기쁜 주름이 더 늘어나기 바랍니다.

누구나 자신의 얼굴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점 하나에도 사연이 있고, 상처 하나에도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모르는 내가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하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내 눈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코는 어떤가요? 제 귀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제 귀를 그릴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제 귀가 부처님 귀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히 보면 꽤 괜찮은 듯해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눈도, 귀도, 코도 다시 바라보고 고마워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참 귀한 시간이네요.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참 나를 잘 지켜주었습니다. 내가 보는 세상, 듣는 세상, 냄새 맡는 세상이 귀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도 귀도 깨끗이 씻어 줍니다. 저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공덕을 쌓습니다. 그리고 내가 귀함을, 사람이 귀함을 몸으로 깨닫습니다. 세수는 깨달음입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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