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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엄마, 어머니, 엄마

기사승인 2019.05.03  15: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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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철이 든다는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 철이 드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을 때 철이 드는 것이라는 내용(정철, 한글자)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무릎을 쳤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가슴을 쳤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어린 시절이 지나가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쉽게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조금씩 놓게 되는 시간이 오히려 어른이 되는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는 교육이라든지 제도라든지 하는 것에 떠밀려온 느낌이 있지만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것에는 이해와 고마움의 감정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철이 드는 것이죠. 주로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한 몫을 할 겁니다.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르륵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특히 이제 힘이 없어진 아버지 앞에서는 아빠라는 단어는 더 아픈 말이 됩니다. 어쩌면 계속 아빠라고 불렀던 사람에게는 이런 감정의 변화는 없을 듯합니다. 아빠라고만 불렀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아버지라고도 불러볼 것을 권합니다. 새로운 감정의 변화가 있을 수 있겠네요.

저의 경우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 아주 어렸을 때는 아빠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기억 속에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저에게는 쉽지도 않고 불가능해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는 엄하고 약간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속에서 제도화되었을 수 있습니다. 예전의 아버지들도 참 힘드셨을 겁니다.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어도 사회적 분위기가 엄한 아버지, 권위적인 아버지를 요구하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빠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편 저의 경우에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른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였습니다. 대학생이니까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머니라고 부르겠다고 선언을 했던 것입니다. 무언의 사회적 압력이 제 속에 들어와 있었나 봅니다. 성인이 되면 그에 맞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 이후 저는 실수로 엄마라고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머니라고 불러 왔습니다. 그렇게 3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가 철이 일찍 들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직도 엄마라고 부르는 친구들을 보면서 언제 철이 들 건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라고 부르다 보니 왠지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다정히 어머니를 대하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갑자기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남은 시간에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맏아들이어서 그런지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지 못하였습니다. 손도 잡아드리고, 팔다리도 더 주물러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에 어머니를 뵈었을 때, 엄마라고 불러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슬쩍 엄마라고 불러보았습니다. 호칭이 바뀐 것을 눈치 못 채신 것 같았습니다. 다행입니다. 동생들이 여전히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에 덜 어색하셨을 수 있습니다. 엄마라고 부르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엄마의 저린 다리를 주무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엄마의 손을 잡고 걷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더 가깝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정말 고맙습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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