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차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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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차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며
  • 이병우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9.05.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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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요즘 미중 무역전쟁의 2차전을 바라보면서 삼국지의 이릉전투(夷陵大戰)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알다시피 이릉전투는 촉한의 유비가 관우와 장비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오(吳)를 침공한 사건이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진격해 나가던 유비는 뜻하지 않게 오의 육손(陸遜)이라는 지장(智將)을 만나면서 패배하게 된다.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은 유비가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병사들을 산등성에 길게 진을 치게 한 것이었다. 전령을 통하여 우리 측의 진영 배치를 본 제갈량은 드디어 촉의 운이 쇠했다고 탄식한다. 그 동안 유비의 군대에 맞서지 않고 후퇴만 했던 육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공(火攻)을 써서 촉의 군대를 섬멸하는 쾌거를 이룬다. 참모들의 무수한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 결과였다.

불리한 싸움은 단기간에 끝내지 않는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이제 중국의 반격으로 2차전을 시작하는 듯하다. 미국이 완승을 거둔 1차전을 거울삼아 중국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2차전에 임하는 것일까? 아울러 미국은 조금씩 반격의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게 어떤 전략으로 계속 승기를 잡아 나가려 하는 것일까? 중국인을 경험해 보면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중의 하나는 체면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불리한 싸움은 절대 단기간에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말에도 이런 특징이 숨겨져 있다. 인민일보 칼럼에서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 과정에서 닥칠 수 있는 각종 어려움과 도전에 대응할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밝힌 대목을 찬찬히 보면 중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결코 미국이 우리의 체면을 꺾는 일은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가 현재 다소 열세이긴 하지만 장기전에서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승부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의 단기전, 중국의 장기전

결론적으로 미중의 기본 전략은 단기전과 장기전으로 보여 진다. 차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입장과 영구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의 입장 차이와 비슷하다. 중국으로서는 급할 게 없다. 다행히 중국의 내수 경기가 대대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나름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상황은 장기전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전쟁터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유비도 전쟁이 길어져서 피곤하게 되면 이릉전투와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다. 천하 고수인 트럼프도 분명 약점이 있을 것이다.

세력이 약할 때 맞장을 뜨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이미 손자병법을 공부하며 전쟁터를 누빈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시달하면 지방정부에서는 대책을 세우고, 하나의 원칙에 천 개의 변칙을 만드는 것이 중국 상인들이다. 미국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유도 스스로 장기전에서는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다루기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동양인의 싸움은 3:0 같은 숫자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임수와 변수 그리고 상생의 도

중국인과 사업을 할 때 우리는 늘 상생(相生)의 원칙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속임수와 변수에 능숙한 중국인도 상생의 도(道)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대의 명분을 세워주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중국인의 유전자적 특질이다. 물론 이번 미중무역 전쟁을 통해서 중국도 국제사회의 기본 질서를 배워야 한다. 법과 질서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시장 질서를 단순히 꽌시와 변칙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계약 위반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내 체면이 중요하면 남의 체면도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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