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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글쓰기의 위로

기사승인 2019.06.05  1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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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글쓰기를 시험으로 내면 쓰기가 고통이 됩니다. 저는 종종 글쓰기를 시험에서 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게 하여야 쓰기교육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쓰기는 마음을 보이는 귀한 장면입니다. 평가를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고백이 쓰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통해서 위로를 받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면서 저를 위로합니다. 글쓰기는 위로입니다.

새벽에 잠을 못 이룰 때나 늦게까지 깨어 있을 경우에 가라앉은 마음에 독백처럼 말을 건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럴 때 명상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럴 때 기도를 합니다. 어쩌면 그럴 때 글쓰기는 명상이기도 하고, 기도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도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헤매고 길을 잃을 때 글을 쓰곤 합니다. 그러면 어느덧 내 고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쩌면 이 말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써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해 보지 않은 일이 쉬울 리 없습니다. 여러 번 해야 익숙해지고 쉬워집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자꾸 써 봐야 합니다. 그런데 쓰기를 어려워하는데 자꾸 글을 쓰게는 될까요?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메모를 권장합니다. 간단한 메모를 종이에 남기든 휴대폰에 남기든 관계없습니다. 생각나는 구절을 ‘날 것’으로 남겨 두는 겁니다. 꾸미지 않은 내 생각이 훌륭한 글감이 됩니다. 새벽시간이나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말입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가끔 놀라운 일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메일이나 문자, 페이스북 등에 올려놓은 글이 너무나도 훌륭한 겁니다. 자신의 글 솜씨를 모르고 있었던 거죠. 종종은 글이 아니라 말을 할 때도 멋진 비유나 깊은 생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대로 글로 옮기기만 해도 훌륭한 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의 이야기를 메모하지 않아서 후에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기억할 수 없다면 메모를 해야 합니다. 생각의 흔적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니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책읽기는 그대로 글쓰기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쓰기의 가장 좋은 선생님은 책읽기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책을 읽을 때 좋은 글귀를 기억하고 따라 써 보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좋았던 글귀는 다시 책에다 메모를 합니다.

자꾸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좋은 연습이 되고, 내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그런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서 글감이 되고 글 힘이 됩니다. 책에 쓴 내 생각의 메모는 그대로 내가 쓰는 글의 중요한 한 줄이 됩니다. 글은 이 한 줄 때문에 쓰는 겁니다. 내 생각이 담긴 글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 위로가 됩니다. 나만의 책이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글쓰기는 내 기억의 저장이기도 하지만,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위로하는 순간임도 잊지 않기 바랍니다. 정말 힘들다면 글을 써 보세요. 외롭다면 글을 써 보세요. 아프다면, 서럽다면 내 이야기를 글에 담아 보세요. 생각보다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될 겁니다. 어쩌면 스스로가 가여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글쓰기는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입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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