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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사람을 만나며 살다

기사승인 2019.08.20  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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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을 산다는 말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과 같은 말로 보입니다. ‘살다’와 ‘사람’은 같은 어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랑’까지 같은 어원으로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사랑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다는 의미의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온 말로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말 ‘사랑’은 생각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사람과 사랑을 같은 어원으로 봅니다. 아마 사랑을 하며 사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더 아름다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살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사는 삶이기 바랍니다.

우리는 어차피 혼자 살 수 없기에 서로 만나면서 사는 인생입니다. 살면서 좋은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나와 맞는 사람과 한평생을 사는 일을 바랍니다. 그래서 남녀 관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만남은 귀합니다. 인간(人間)이라는 말도 사람과 사람의 사이라는 뜻으로 혼자서는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사이가 좋다는 말도 만남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만남이 없다면 사람의 사이도 필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의 사이는 변합니다.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한없이 멀어지기도 합니다. 꼭 붙어 지내다가도 벽이 생겨서 서로를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믿음에 배신을 당해 괴로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는 마치 확률 게임 같기도 합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전혀 맞지 않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률이기에 예측할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살면서 어울리는 사람만 만나면 좋겠지만 그런 관계는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한 번 맺어진 관계가 평생을 가는 것도 아닙니다. 어긋나기도 하고 아쉬움에 헤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람을 또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또 어긋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지나온 경험에 의하면 새로운 관계는 새로운 기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인연이 악연이 될 확률은 오히려 낮습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 중에 악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아마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성 간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뜻밖에도 놀라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요즘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은 분입니다. 새로운 인연인 셈입니다. 전에는 새로운 인연이 두려웠고, 어릴 때의 인연이 가장 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고 나서 정말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물론 어릴 때 만났던 인연이 줄어들고 있음은 좀 아쉽기도 합니다.

산다는 것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세상이 낯설기도 하지만 즐겁고 기쁘기도 합니다. 때론 서로의 슬픔에 공감하면서 더 아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슬픔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서로 위로하는 사람이 많다면 슬픔도 고통도 치유가 됩니다.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위로가 됩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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