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단, 문민정부와 경제 개혁을 향한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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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단, 문민정부와 경제 개혁을 향한 첫발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8.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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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부패 극복이 과제, 적폐세력의 부패 척결해야 경제 개혁 가능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헌법 문서에 서명

지난 8월 17일 아랍 언론들은 수단이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군사통치위원회와 시민운동가의 대표들이 3년 동안 과도 기간을 거쳐서 문민정부(후큼 마다니)를 세운다는 ‘헌법 문서(와시까 두스투리야)’에 서명했다. 수도 카르뚬에는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와 ‘역사적인 기쁨(오르스 타리키)’을 보여 주었다.

서명식에는 주변 국가들의 대표와 아랍과 아프리카 대표, 국가의 주요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일부는 증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시민 대표 역할을 해왔던 ‘자유와 변화 세력’의 대표 무함마드 나지는 “지난 30년 동안 수단은 국제 사회에서 사라진 존재였다”고 유감을 토로하며 2011년에 분리된 남수단이 다시 수단과 통합하기를 소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단의 안보를 지원하고 수단이 미국의 테러국가 명단에서 제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단의 군과 시민은 8월 4일 합의에 도달했는데, 30년간 통치한 이슬람주의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물러난 후 지난 8개월 동안 시민들의 저항과 시위가 계속됐다.

그리고 8월 19일 군사과도위원회는 그를 법정에 세웠는데 죄목은 증빙서류 없이 국가 재정을 함부로 쓴 혐의였다. 지난 4월 그가 물러난 뒤 군사위원회가 권력을 장악했으나 시민 6명과 군인 5명이 이끄는 주권위원회(마즐리스 씨야디, sovereign council)로 대체된 후 이번에 헌법 문서에 서명하게 된 것이다.

총선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주권위원회

수단은 3년간 과도기간 중에 총선을 치루고 국회와 문민정부를 조각하기로 한 헌법 문서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수단에 대전환(타하우울 카비르)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21개월 동안 압둘 팟타흐 알부르한이 주권위원회 의장을 맡아 직책을 수행한 후, 민간인에게 의장직이 이양돼 새로 뽑힌 민간위원장이 18개월간 의장직을 맡으면서 그 기간에 총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경제전문가 압둘라 함둑이 총리로 지명됐는데 그는 이달 말까지 행정권을 받아 정부를 이끌게 되고, 주권위원회는 주권 문제에만 제한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군사위원회 의장 압둘 알팟타흐 알부르한이 서명한 ‘헌법 문서’를 높이 치켜들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는 군과 민이 서명에 참여한 것은 국가를 사랑한다는 일념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양측이 서로 신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야 서명한 문서가 실행에 옮겨지고 국가는 민간정부로 이양되고 치안과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화(타하우울 디모끄라띠)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수단의 앞날, 산적한 문제가 많아

수단은 국토가 넓고 청나일과 백나일이 수도 카르뚬을 지난다. 수단 국민은 본래 인성이 착하고 관용적이었다. 그러나 수단 독립 이후 근대 정치사에서 수단국민에게 지지를 받았던 정치지도자는 단 3명이었다.

이스마일 알아즈하리는 국민적 화합의 기초를 놓았고, 압둘라흐만 수와르 다합은 전제주의자 자아파르 니메이리 통치를 그만두게 했고 그의 약속대로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정부에 권력을 이양했다. 그리고 지금 군사위원회 압드 알팟타흐 알부르한은 그가 약속한대로 수단의 문민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오마르 알바시르는 테러와 철권 정치 그리고 법을 어기고 보안 조직들을 만들어 정권을 유지했고 그의 정치적인 야심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감추었다. 그의 재임기간 중에 수단은 남수단을 잃었고 다르포르와 다른 지역들이 파괴됐고 수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다.

수단은 전통적으로 ‘세계의 식량 바구니’로 알려질 만큼 기름진 토양과 풍부한 나일 강 물을 갖고 있으나 지금은 ‘텅빈 바구니(살라 알이크파까트)’가 됐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식량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단은 말 그대로 총체적인 국가 부흥이 필요한 곳이고 군사 독재에서 벗어나 문민 시대로 가야하고 테러 지원 국가 명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선 인플레가 심각한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하는데 빈곤과 부패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단 경제의 우선 과제라고 하겠다.

경제의 난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경제전문가들은 수단이 이번에 문민정부로 가는 문서에 서명을 했지만 수단이 테러 지원 국가 명단에서 제외되고 또 국가 행정과 경제 기획 그리고 부패 척결과 해외로 반출된 국가 소유의 재산이 환수되는 것 등 험난한 문제와 도전들이 그들 앞에 놓여있다고 한다.

수단이 경제 개혁을 하기 전에 부패자 청산과 부패 관련자 처벌 그리고 공공재산을 은닉한 자들을 색출하고 국가 재정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과 국민을 감시하고 억누르기 위하여 설치된 불법 보안 기관들이 사용한 재산을 환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옴두르만 대학교 경제학 교수 알파티흐 오스만은 과도 정부가 우선 할 일은 평화와 경제 개혁이라고 했다. 80%의 국가 재정이 그동안 국가 보안 기구에서 사용됐다고 하면서 국민이 평화를 실현하고 보안기구에 사용된 국가 재정이 국가 개발 예산으로 사용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또 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 국민 참여, 투명성, 균등, 정의와 준법이 국가 기관에서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한 수단의 경제개혁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수단 경제가 나아지려면 부패와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제와 사회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빈곤과 부패를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단에는 아주 유명한 여성 3인조 뮤직 그룹 ‘발라빌’이 있다. 그들은 수단의 앞날이 잘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은 노래를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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