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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아이들이 본 외계어

기사승인 2017.04.04  1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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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어른들은 아이들의 통신언어를 보고 깜짝 놀란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보면 암호 천지다. 아이들끼리는 전화 통화도 거의 안 한다. 실제로는 문자메시지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전화의 문자를 보내고 받는 행위가 일방적이어서 상호소통의 느낌이 없어서일 거다. 여러 명이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통신언어를 보고 도대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한다. 만약 ‘ㅇㅈ’ 라는 표현을 보고 무슨 뜻인지 알았다면 그래도 아직은 젊은 거다. 이 말은 인정한다는 의미의 <인정>을 줄여 쓴 표기라고 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송에서는 이런 경우를 <외계어>라고 부른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이들의 말은 외계인끼리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아이들이 말하는 외계어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통신언어는 일상어이지 외계어가 아니다. 오히려 편리한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이다. 그럼 뭐가 외계어일까?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하는 어려운 말이 외계어라고 한다. 평상시에 잘 사용하지도 않는 말을 어른들이 쓸 때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멘붕>이 온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로 아이들은 <분탕질>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시국이 어수선하다보니 <분탕질>이라는 표현이 아이들 귀에 자주 들렸나보다. 아이들끼리 무슨 뜻일지 궁리도 해 보았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더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안 좋은 의미라는 것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지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으니 외계어가 아니고 뭐냐는 말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표현들에 심한 거부 반응을 갖고 있었다. 분탕질의 의미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집안의 재물을 다 없애 버리는 짓 2. 아주 야단스럽고 부산하게 소동을 일으키는 짓 3. 남의 물건 따위를 약탈하거나 노략질하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쉬운 표현이 아니다.

물론 국어 공부를 위해서, 어휘력의 향상을 위해서 많은 단어들을 공부하고 풍부하게 사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어려운 어휘나 고사성어도 틈틈이 익히면 사고력의 확장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표현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보인다. 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그가 못 알아들을 만한 표현을 자주 꺼내어 쓰는 것은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굳이 어려운 표현을 쓰고자 한다면 청자나 독자의 반응을 잘 살피면서 사용하여야 한다. 혹여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표현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청자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뜻풀이를 덧붙일 필요가 있다. 말이란 의사소통이 목적이 아닌가?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서로 수준이 비슷하다면 그냥 편하게 말을 해도 되겠지만 말이다. 알아듣지 못할 만한 말을 하면서 상대편만을 탓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이제 세대에 따라 쓰는 말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 간극은 별과 별 사이처럼 느껴진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말과 표현이 외계의 말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표현들이 딴 세상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즐거운 의사소통이 될 수 있다. 이참에 아이들의 통신언어 세계에 어른들도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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