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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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지휘한다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9.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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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포스코'를 향한 포스코의 지속적인 도전과 성과

▲ 이동호 명예기자

제조업에 AI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

제조업은 서비스업과는 달리 인공지능(AI)에 보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제조 공정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곳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몇몇 글로벌 기업 정도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 시스템을 도입하면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공정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와 변수를 사람만큼 잘 처리할 수 있는 AI는 아직 없다. 제조업의 경우 어느 업체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AI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도 제조업체의 본격적인 AI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기초적 수준의 AI는 이미 산업현장에 배치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며 불량 발생을 예방하고 불량 원인을 즉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만으로도 큰 폭으로 효율성을 높여 기업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됐다. 성공적으로 AI를 적용해 AI가 공장을 지휘하는 사례를 찾아가 본다.

LS산전 청주공장, AI 자동화 시스템

LS산전 청주 제1공장은 저압차단기(MCCB)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공장1층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공작기계들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AI를 접목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 덕분이다. 수백 대의 기계들이 협력해 연간 2,600만개가 넘는 저압차단기를 생산한다. 사람 손으로 조립할 때는 상상도 못할 속도다. 부품을 골라서 제자리에 놓고, 용접하고 접착하는 등의 과정을 모두 기계가 담당한다. 라인 한 쪽으로 들어간 부품이 기계의 손으로 뚝딱 조립돼 반대쪽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이들 기계가 쏟아내는 데이터는 모두 자동으로 서버에 저장된다.

공장2층은 전기회로를 열었다 닫는 전자개폐기(MS) 생산 라인이다. 5초에 한 개씩 연간 1,200만대의 제품을 생산한다. 부품을 옮기고 조립·포장·적재하는 일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예전에는 사람의 눈과 귀로 하던 불량품 관능검사도 자동화기기가 책임진다. 사람이 눈으로 제품 외관을 살피던 검사는 정밀 카메라가 달린 로봇이 대신해 주고, 사람 귀로 제품 소리를 들어 불량 여부를 파악하던 검사는 미세한 진동 차이를 수치화하는 기계가 대체했다.

청주 제1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은 AI를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발생이나 장비 고장 등을 예측한다. 이는 ‘예지정비’라고 해서 제조업에 AI를 접목할 때 가장 먼저 도입하는 기능이다. AI 도입 효과로 청주 제1공장의 불량률은 MCCB의 경우 100만개 중 10개, MS는 100만개 중 6개에 불과하다. 자동화를 도입하기 전 불량률은 MCCB가 100만개당 426개, MS는 368개꼴이었다.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확대전략

포스코(POSCO) 권오준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광양제철소의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 성공사례를 다른 공장으로 확대시킨다는 전략을 선포했다. 전 세계 철강 회사들 중에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생산시스템을 구축한 포스코는 AI 선도기업으로 변신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향해 전사적으로 올인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365일 시뻘건 쇳물을 제련해 연간 200만t의 최고급 후판을 생산한다.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의 품질관리는 각 철강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포스코는 이 같은 초정밀 품질관리를 인공지능(AI)에 맡기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은 세계 최초로 ‘연속공정’에 AI를 적용했다. 쇳덩이가 수많은 가공을 거쳐 완제품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진행되는 연속공정은 앞선 과정이 뒤 과정에 실시간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AI를 적용하기 까다로워 외국 제조업체들은 도입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스마트 인더스트리 플렛폼 '포스프레임'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정 현장. 100m 넘게 길게 이어진 생산 라인으로 500도로 시뻘겋게 달궈진 슬래브가 30초마다 한 개 씩 들어온다. 라인 주변에 사람 모습은 없다. 포스코와 포스코ICT가 함께 개발한 스마트 인더스트리 플랫폼 ‘포스프레임’이 곳곳에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를 가동해 대부분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포스프레임은 하루 30억 개씩 쏟아지는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한다. 제철 과정은 첫 공정을 마치고 불량 판정을 받으면 재공정에 들어가는데 고급후판의 경우 첫 공정 불량률이 18% 수준이었다. 하지만 포스프레임을 도입한지 반년 만에 첫 공정 불량률이 12%로 급감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의 특성 때문이다.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과정뿐 아니라 설비관리 업무도 돕는다. 압연기 등에 부착된 공장 내 IoT 센서들을 통해 수집되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점검한다. 교체시기를 미리 알 수 있어 설비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졌다. 안전도 책임진다. 작업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유해가스, 소음, 온도 등 현장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활 전방위 확대 추진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의 역량을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스마트 산업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X’라 이름 붙인 프로젝트로 AI를 적용한 스마트 생활환경 구축에 나섰다.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으면 AI가 도시의 교통과 에너지 관련 시설에 수만 개의 센서를 부착해 모인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퇴근시간 차량이 많아지면 AI가 주거지역으로 향하는 녹색등 비중을 높이고 주차공간으로 안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제조업으로 쌓은 AI 활용 노하우를 생활 전 분야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스마트 포스코’를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 솔루션 카운슬((SSC)’을 2015년에 조직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직접 수장을 맡아 지속적인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권 회장은 연임 후 지난 3월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독일 지멘스와 미국 GE를 다녀왔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빠른 개발 속도와 잠재력으로 볼 때 스마트팩토리 활용 전략이 제조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지난 7월에 열린 ‘스마트 포스코 포럼 2017’에서 강조했다.

포스코, 8년 연속 경쟁력있는 철강사 1위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국내외 시황 부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입규제 강화 등 어려운 시장 환경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 조정 속에서 포스코는 8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글로벌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에 의해 선정됐다. 아울러 지난 2분기 경영실적에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6.2%, 44.3% 증가해 실적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으로 포스코 주가가 1년 새 41%(2017년 7월 중순 기준) 급등하는 추세로 치솟고 있어 포스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 제조업들도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맞춰 스마트팩토리 혁신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 가지 못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낙오가 되어 명멸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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