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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언어의 치유

기사승인 2019.07.01  1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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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인간에게 바벨탑은 저주인가요? 바벨탑은 저주가 아니라 신의 벌이겠지요. 그런데 바벨탑에서 언어가 갈라진 사건을 사람들은 저주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외국어 공부에 골머리를 썩는 분들은 더 저주라고 느껴질 겁니다. 수험생에게 외국어는 점수에 불과하고 단지 몇 점을 맞느냐가 관심사가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외국어가 없고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겁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벌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벌은 벌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언어가 갈라진 것은 벌이기도 하면서 축복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외국어를 배울까요? 왜 인간의 언어는 이렇게 다양할까요? 바벨탑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언어가 갈라지고, 달라진 것을 저주처럼 여기고 언어를 배우는 걸 지옥 길처럼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이 달라서 재미있듯이 언어도 달라서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사람이 서로 달라서 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모두 같다면 이 세상을 살 이유조차도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즐거움이 사라지겠죠.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언어는 수많은 삶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억지로 배우는 언어가 아니라 기쁘게 배울 수만 있다면 그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언어를 돌아보지 못한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배우고 싶은 언어, 삶, 지혜가 있기 바랍니다. 목표 의식을 버리고 행복하게 언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에 약간의 시간을 언어를 배우는 데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삶을 사는 겁니다. 뚜렷한 목표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새로움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30분 정도 일본어를 공부합니다. 강박관념 속에 하는 것이 아니어서 때로는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보통은 다른 공부를 하기 전에 일본어책을 폅니다. 일본어 공부를 하는데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문법공부를 하거나 문제를 풀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책을 주로 읽습니다. 최근에는 제 스승이신 서정범 선생님이 일본에서 출판하신 책을 읽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거기에는 못 미치지만 선생님의 책 두 권을 읽고 있습니다. ‘일본어의 원류를 거슬러 오르다’라는 책과 ‘한국어로 해석한 고사기(古事記)’라는 책입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 속에서 선생님께서는 생전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선생님께 예전에 들은 강의와 같은 내용이 반갑게 나타나서 행복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새 행복에 젖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에스페란토를 배웁니다. 에스페란토는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에스페란토를 배우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에스페란토에서 희망과 치유를 만납니다. 차별 없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 서로가 평화를 지키려고 맹세하는 세상, 서로가 사랑하는 희망세상을 언어를 통해서 만납니다. 모국어와 함께 모두 공통적으로 아는 언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은 점을 느끼게 합니다.

언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들려줍니다. 저는 영어나 일본어를 배우면서 수많은 지혜를 배웠습니다. 한 언어에 한 세상이 담겨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에스페란토를 공부하면서 언어에 담긴 정신을 배웁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웁니다. 언어가 삶의 치유이기 바랍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나기 바랍니다. 새로운 언어를 위하여 기쁘게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수록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마음을 치유합니다. 다른 것을 잊고 그 시간은 오롯이 언어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꼭 실용적인 언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라틴어나 히브리어, 희랍어, 한문을 공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필요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어서인지 오히려 행복감이 깊어진다고 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교수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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